아름다운 얼굴 (104) 전방위 예술가 김기라 - 세상을 향한 휴머니즘 회복의 외침
수정 : 2021-02-22 05:55:52
아름다운 얼굴 (104) 전방위 예술가 김기라
세상을 향한 휴머니즘 회복의 외침
▲ Contemporary still life with a selly belly Candies 2009
아름다운 얼굴 칼럼을 쓰면서 예술가를 써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내가 김기라씨를 만나고 나서 집으로 오던 중 그가 바로 아름다운 얼굴이 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칼럼 대상자의 주요 선택기준은 그가 얼마나 이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가이다.
파주에 작업실이 있지만 그의 작품들은 주로 서울 혹은 해외의 주요화랑과 미술관에서 전시되기 때문에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의 생각을 통해 나오는 작품들이 지역을 넘어 모든 인간들을 향한 포스트휴머니즘 회복의 외침이 우렁차기 때문이다. 그의 놀라운 작품은 다양한 형식과 기법으로 표현된다. 기본적인 회화는 물론이고, 비디오 작업, 조각, 퍼포먼스, 설치, 공연 등 시각예술의 모든 장르를 넘나든다. 기발한 발상과 파격적인 형식으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은 참으로 현대적이다. 그래서 그는 금세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스타가 되었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오늘의 작가로 선정,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
그는 대한민국 최고 갤러리 중 하나인 국제갤러리의 전속작가이다. 2015년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오늘의 작가 4인에 선정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 문화재단에서 공동 주최하는 오늘의 작가상은 해외 주요 갤러리에서도 주목하는 국내작가의 최고영예 중에 하나이다. 즉 대한민국에서도 또 세계가 그를 뛰어난 작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74년 충남 대천생. 그는 19살까지 대천 해변을 밟으며 푸르고 광활한 바다의 에너지를 축적해왔다. 경원대학교에서 회화를 배웠고, 동 대학원에서 환경조각을, 이어 영국런던에 소재한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문화연구와 파인아트 석사과정을 마쳤다. 영국에서 그는 예술이 어떻게 세계의 문화, 역사, 철학과 연계를 가지며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공부했다. 그가 지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분야가 다른 공부들과 그 영향 때문일 것이다.
▲Something That We Thought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 2011, coloring on bronze, 180 x 160 x 160 c
2020년 제주국제평화센터의 미디어 유토피아 2인전
국내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대안공간 루프에서 선전공화국(Republic of Propagenda)전시를 필두로 지금까지 18차례 국내외 개인전을 열었고 거의 300회에 가까운 국내외 주요 단체전에 참여했다. 가장 최근의 개인전은 2020년 제주국제평화센터 갤러리서 열린 미디어 유토피아 2인 전이다. 김기라는 조화와 융합이라는 긍정적 세계관을 영상과 미디어아트의 창조적 언어로 제시했다. 과거 4.3사태 등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아픔과 갈등의 치유프로세스다. 다채널 무빙이미지로 구성된 이 전시는 동시대 사건의 영상들이 사각의 프레임을 벗어나 무한하게 확장되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김기라는 여기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며 세대, 계층, 이념 간의 갈등이야기를 음악과 다 장르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뮤직 비디오와 공연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 이념의 무게 북으로보내는 편지 수취인불명 황해 영상작업 2013
“예술의 전개방식은 사유, 공유, 향유로 가야한다”
“나의 관심은 예술가가 현실 속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 인가다. 이런 프로세스를 나는 사유, 공유, 향유라고 부른다”
그는 사유를 개인(사적 개념)의 경험과 기억으로 생성되는 최초의 생각 발화점으로 보고 있다. 공유는 사적인 개개인의 생각들과 경험의 역사들을 통해 공론의 장으로 모이는 곳, 그리고 공유된 공간에서 형성된 담론들이 서로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확장되는 향유의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예술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저 아름답게 만들거나 새로운 형식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작품들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그는 예술작품은 심미적인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감동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휴머니즘의 회복이다. 그의 작품들은 워낙 다양하고 표현방식도 놀랄 정도로 다채롭다.
▲ 정크푸드로 물든 삶을 고발한 작가
첫 전시 ‘Super Mega Factory’
주목이 가는 전시는 3가지다. 첫째는 유학서 돌아와 2009년 국제갤러리서 연 Super Mega Factory전시회다. 전시회 제목과 같이 ‘엄청나게 큰 세상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은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와 슈퍼히어로 그리고 공허하고 천박한 자본주의다. 김기라는 이것들의 허구성과 폐해성을 강요된 개인의 희생과 대비하며 보여주었다. 내가 이 전시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전시회에 포함되었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이 그 이후로도 다른 전시를 통해 분화나 심화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엔 퍼포먼스나 영상작업등 새롭게 전개된 분야도 있다. 조각, 그림, 설치 등이 선보였던 이번 전시는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고 거의 모든 작품이 팔려나가 오랜 빚에 시달리던 그에게 해방과 자유를 선사했다.
“당시 빚을 다 갚고 8천만 원이 남았어요. 그리고 그걸 다시 다음 작품에 다 투자했죠. 그래서 다시 빚이 많아 졌어요”라고 씩 웃으며 말한 김기라는 덩치만큼 스케일이 큰듯하다.
▲ 공동선 모든산에 오르라 2012년 전시
신화와 성상 이미지들을 해체, 변형, 재구성해 우스꽝스러운 형상으로 재창조
두 번째 주목한 전시는 2012년 두산아트센터서 열린 ‘공동선(共同善) 모든 산에 오르라!!’전시다. 이 전시에 등장하는 조각과 그림, 설치 작품들은 스펙터(Specter, 망령)들의 이미지들이다. 김기라는 국제갤러리 전시에서도 처음 스펙터를 선보인바 있다. 김기라는 스펙터(유령들)를 통해 신화와 종교, 사회, 경제구조로 인해 파생된 이미지나 성상(性相)들이 인간들의 존재와 삶을 확장시키고 공동선을 향하게 하기 보다는 망령이 되어 우리를 억압하며 욕망을 생산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 전시에서 김기라는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축적되어온 신화와 성상 이미지들을 해체, 변형, 재구성해 우스꽝스러운 형상으로 재창조 했다. 이 전시를 위해 그는 10여 개국을 다니며 문화, 역사, 신화 서적들 500여권과 오브제들을 수집했다. 김기라는 이들 서적에서 발췌한 그림, 사진, 드로잉 등의 이미지들을 가지고 이들을 재구성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 와의 인터뷰 내내 느낀 거지만 생각이 많고 그게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되고 가열찬 에너지를 쏟아 부어 곧 작품으로 결과가 남는다.
▲ 위재량의 노래 2015
‘플로팅 빌리지’ - 불확성실 시대에 부유하는 개인들의 역사와 삶 조명
세 번째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부터, 여수 노마드갤러리 까지 열린 플로팅 빌리지(부유하는 마을_Floating Village) 전시다.
김기라는 1시간 분량의 8가지 영상물을 통해 불확실성 시대에 부유하는 개인들의 역사와 삶을 조명했다. 이중 한 영상물이었던 위재량의 노래에 대해 김기라는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퇴직했던 위재량이란 분이 본인이 쓴 시집 ‘가슴으로 우는 새’를 제게 선물했어요. 읽어보니 본인의 고달픈 삶과 사회부조리가 제게 전해졌고 내내 울음이 터지더군요. 너무도 큰 이 울림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만난 게 뮤직비디오 감독과 래퍼들이었습니다.” 라고 말한 김기라는 “이 작업은 힙합 레퍼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반제작을 기반으로 퍼포밍, 비디오 등의 결과물로 확장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작업은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주요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관으로 GO랩터들’이란 제목으로 공연된바 있다. 이밖에도 그는 남북대치 상황과 통일에 대한 관심이 깊다. 이데올로기와 강대국 야욕에 의해 벌어진 남북관계에서 냉면 이야기와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꺼낸다.
▲ 현대국립미술관 작가 인터뷰중
밥 한 끼 먹는데 무슨 정치적 갈등과 이념적 무게가 있겠어요?
‘수취인 불명(2013)’과 ‘마지막 잎새 (2014)’ 란 제목의 이 작품들을 통해 김기라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우리의 휴머니즘을 말살시키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먼저 ‘수취인 불명 _북으로보내는 편지_황해 2013 비디오’는 “냉면을 먹다가 당신 생각이 나, 편지를 적습니다. 참 식사는 하셨습니까? (중략) 밥 한 끼 먹는데 무슨 정치적 갈등과 이념적 무게가 있겠어요? (중략) 잘 지내세요. 끼니 거르지 말고요. 2013년 남쪽 당신의 형제이자 친구 김기라.” 로 끝을 맺는다. 또 검은 화면에서 때 이른 ‘민족의 봄’을 꿈꾸고 희망하는 해결되지 않는 역사적 사건을 보여주는 ‘마지막 잎새 2014’를 통해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한민족, 우리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장소와 공간의 역사와, 문화 및 공동체 시선의 질문을 하나로 교차하여 마주보게 하고 있다. 이 두 비디오 작업을 다보고 나면 참 가슴이 먹먹해 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우리 앞에 남겨진 이념과 경계, 색깔론 이데올로기의 무게를 내려 놓는다. 대신 인간으로서의 개인사와 가족, 형제간의 본질적 대화를 듣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듯 그의 작품과 예술은 형식과 상관없이 줄기차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측은지심과 숭고미를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가 다음 전시에서 외칠 강렬한 휴머니즘이 어떻게 형상화 될지 궁금해진다.
스튜디오 : 파주시 문발동638-3 시조사 건물 201호
이 메일: salinza@gmail.com HP 010 5476 3321
김석종 기자
#124호
▲ Universal Experience 21 Century World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